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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크게 이슈가 되었던 책이니, 혹시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는 그 이슈부터 간략하게 소개하는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제 블로그가 public되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셔서 생뚱맞은 질문들을 던지실 때가 있어서 올립니다.)

 이 책의 저자 김용철은 삼성 구조본에서 일하다가 나온 후, 삼성의 온갖 비리와 잘못된 문화를 폭로하여 세상에 처음으로 삼성이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공개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명 떡값 검사(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이 사회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삼성이 그로 인해 법적 책임을 물거나, 해당 검사분들께서 죄를 물지는 않았습니다. ㅎㅎㅎ
 그 후, 이 책이 나오게 됩니다. 이 책에는 김용철 개인이 삼성에서 나와 비리를 폭로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동안 언론을 통해서는 알리지 못했던 보다 더 깊고 자세한 삼성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책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주간지 이슈 꺼리 밖에 안되었을텐데, 이 책에 대한 광고가 국내 모든 일간지에서 거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까요.

관련기사
김용철 신간 <삼성을 생각한다> 일간지 광고 '원천 봉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 ··· 03102211


근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출판사 '사회평론'은 이에 대한 하소연을 자사의 트위터(@ebricks)에 올립니다. 그리고 그게 트위터에서 이슈가 되어버리죠. 그리고 출시 7일만에 광고도 홍보도 되지 않았던 책이 5쇄 5만부를 발매하게 됩니다. 침체되어 있는 서점가에서도 이는 매우 큰 숫자일뿐더러, 사회평론 출판사 입장에서도 자사의 책들이 대체로 1000부 미만으로 팔려나간 거를 생각하면 엄청난 대박이 난거죠.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김용철씨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번개 모임도 갖게 되죠. 국내에서도 SNS가 마케팅과 시민운동에서 어떻게 사용되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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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로 이처럼 이슈가 된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읽을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요즘 계속 읽을 생각이 없던 책들에 대한 독후감만 올리는 군요. ^^)

 이슈가 많이 되면 솔직히 흥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뭐랄까, 이미 다 알았다는 생각에 굳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고 할까요? "안 읽어봐도 내용 뻔하지 뭐. 보나마나 그런 내용 아니겠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난 지금. 네. 그런 내용 맞습니다. ㅋ
 그런데 참 읽으면서도 그렇고, 읽고나서도 그렇고. 정말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중요한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잘 정리한 책이라 쉽게 넘어가기는 그렇네요. 그만큼 쉽게 글을 쓰기도 참 어렵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건 더 미루면 아예 글을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난 김에 올립니다.

 예전에 종종 언급했지만,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모든 사회 문제에서 핵심은 기업입니다.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도, 나쁘게 만드는 것도 이제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입니다. 정부, 시민단체 등은 어디까지나 이 주변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실제로 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분석해보면 모든 일의 중심에 기업이 있고, 기업이 원하는 데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인 비전을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삼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삼성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지금 문제는 삼성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경영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10년 간 회사의 경영지원 부서에서 일해 왔습니다. 삼성 같은 대기업으로 치면 구조본 같은 중앙의 콘트롤 부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저는 국내외 여러 기업들의 경영시스템에 대해서 많이 보고, 또 일부는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외국계 기업에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 사이에는 큰 차이를 느끼곤 합니다. 한국 기업에는 정말 잘못된 부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그 대부분은 시스템적인 문제가 아니라-애초에 한국 기업들이 시스템보다는 오너의 의사결정과 기업 내 인간관계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도 하고-잘못된 기업 문화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는 겁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이, 회사 안밖으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접근하는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 하지 않는 점이 제일 큰 문제인 것입니다.

 근데 저는 그것이 '한국이라서 그래.' 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쎄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잘못된 생각들. 잘못된 기업 경영의 접근 방법의 원죄가 상당수 삼성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설사 이것이 삼성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한국의 전통(?)이었다고 하더라도 삼성이 규모나 모든 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된 시점부터는 이를 바꾸었어야 맞습니다. 근데 삼성은 다들 알다시피 바꾸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찌되었든 한국에서는 성공 공식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삼성을 나와 회사를 차린 임원들. 또 삼성과 교류하고 있던 대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따라하게 되었지요.

 제가 삼성 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서 느끼는 가장 큰 부조리는 시스템(형식)과 실제 기업 운영방식이 일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들에게서는 크든 작든 시스템 안에는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모여서 어떠한 제도나 규칙을 만들 때는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어떠한 필요에 의해서 협의를 하고, 그 협의의 결과로 제도나 규칙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제도나 규칙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 그것들의 총합이 시스템입니다. 물론 외국계 기업의 해외 지사는 서로 다른 정서가 충돌하면서 다른 현지 기업들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경영지원 부서들의 노력, 그리고 본사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라 어느 정도는 그러한 시스템을 낳게한 고민들, 그리고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세운 가치들이 지사에 전달됩니다.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스템들은 오너 또는 창립멤버들이 고민해서 만든게 아닙니다. 뭐가 좋다더라. 뭐를 해야한다. 와 같은 외부의 요구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기업에 도입된 것들이죠. 당연히 그렇게해서 구축된 회사의 시스템과 실제로 오너와 경영진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모든 비리는 그 지점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삼성 같은 기업은 주식회사 구조로 가면 안됩니다. 상장 회사로 운영해서도 안됩니다. 오너의 경영 철학, 그리고 경영지원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오너의 말=법'이라면, 애초에 회사의 형태가 주식회사이면 안되는 겁니다. 개인회사로 가야죠. 아니면 이건희 일가들을 중심으로 한 유한회사로 가던가. 기업이 실제로 주식회사로서 운영되고 있지 않은데 주식회사로 등재되어 있으니, 당연히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러한 상법상의 구조 뿐만이 아니고, 현재 삼성이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시스템은 모두 현 삼성의 실제 경영방식과 대부분 상충합니다. 당연히 불법과 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에 많은 대기업들이 이렇게 홍보합니다. 우리는 'OO와 같은 훌륭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는 '우리는 OO 경영을 합니다.'. 아, 그 홍보를 위해서 기업 내부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고, 그 결과로 오히려 사회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이를 가리기 위해서 검사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러한 일 중에 극히 일부분일 뿐인 거죠.)

 시스템과 철학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겁니다. 분리되어서도 안되구요. 근데 우리 나라에는 그러한 것을 단지 껍데기. 형식으로만 보고 '중요한 것은 내용이야'라고 하면서 너무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삼성의 진짜 문제는 이건희 개인의 도덕 관념이 아닙니다.
 기업은 분명 돈을 벌기 위해 설립합니다. 저 또한 향후 창업을 하게 된다면 가장 큰 첫 번째 욕구는 돈을 버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꼭 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조직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의 가치와 철학일 것입니다. 나는 그것 자체에는 좋고 나쁨을 얘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철학, 다양한 가치가 모두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문제는 A라고 생각해놓고, 실제로 조직 구조나 운영 시스템은 B라고 만드는 겁니다.
 이는 대부분 2가지 이유로 발생합니다.
 하나는 경영자가 무식하거나 무지해서입니다. 일단 대부분의 창업자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니 잘 모릅니다. 근데 잘 모르면 최소한 공부를 하거나 전문가들을 불러서 조언을 듣고 상담받으면 될 텐데. 아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해서 정말 내버려 두는 거죠. 그러나 어느 회사나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영지원부서(인사, 회계, 총무 등)는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그들은 경영자의 마인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보편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는 경영자의 경영 방식과 상충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경영자는 이렇게 생각하죠. '이거 뭐 이렇게 번거로와. 하지만 그만큼 기업이 커져서 그런 거니. 내가 감수해야지.' 그러면서 결국은 최대한 이를 피해가거나 아니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경영자가 아예 시스템에 대해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시스템을 내부 통제 또는 외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기업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기업 내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정작 그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은 그 시스템에 지배받지 않습니다. 지금 삼성이 이 상황입니다. 이건희와 일가족들은 시스템 밖에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권리와 책임이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에서 벗어난 다는 것은 시스템이 주는 혜택 또한 상실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삼성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힘들게 일하는 대신에 대기업 사원으로서 혜택을 누리지만, 짤리면 일할 필요가 없는 대신 혜택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되실 겁니다. 그러나 이건희와 일가족들은 시스템 밖에 있지만, 시스템의 혜택을 누립니다. 정확히는 누리는 정도가 아니라 지배합니다. 국가로 치면 입법, 사법, 행정부의 수장이 모두 한 사람인 겁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거죠. 주식회사는 국가와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3권 분립입니다. 흔히 그래서 3원만족을 요구하는 구조입니다. 주주, 경영자, 직원. 이 셋의 욕구를 모두 충족하도록 상호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삼성도 당연히 이 셋이 존재합니다. 아, 노조가 없으니 직원 대표는 없는 거네요. 근데 있다 하더라도 의미 없는 것이, 현재 삼성을 운영하는 것은 주주총회도, 경영진들도 아닌. 시스템 밖에 있는 이건희라는 개인이라는 점입니다. 삼성의 구조본(현재의 '실')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조직이구요.

 우리에게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이것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며, 여전히 많은 지식인들과 경영자들이 '삼성을 배우자'와 같은 망발을 내뱉고, 또 이에 공감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즉, 현재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금처럼 삼성의 경영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한, 이는 미래에도 지속될 문제라는 겁니다.

 이건희의 경영자로서 마인드, 그리고 그 분의 경영방식은 결코 대한민국에서는 따라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암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증식합니다. 그리고 계속 성장하죠. 암세포가 적당히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것이 너무 커지면 결국 생물은 죽게 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 암이죠. 암세포를 적절한 시기에 조절하지 못해서 죽는 겁니다.

 삼성은 한국 사회에 암세포입니다. 또한 많은 대기업들이 삼성과 같은 암세포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충분히 그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서 더 그들이 성장하면, 대한민국은 죽을 겁니다.

 제가 이 독후감을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현 정부를 만들어 냈고 대한민국 전체가 고통 받고 있듯이,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지는 정치문제 보다도 더 심각하게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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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3 02:38 2010/09/03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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