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만화, 게임 같은 서브컬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매스컴에서 조용하더니만 요즘 들어 다시 여러 매체에서 떠들어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은 것이 MBC 뉴스데스크의 PC방 실험! 이미 'MBC의 무리수'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니,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할 생각이 없다. 그 보도가 왜 무리수였는가에 대해서는 deulpul님이 정리를 잘 해주셨으니,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PC방 실험'을 한 기자의 발언
http://deulpul.egloos.com/3575871#3575871_1
근데 정말 게임은 안 좋은 것일까?
게임의 문제성을 지적한 보도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일단 결론을 내고 그 뒤에 부연 설명을 붙인다는 점이다. 그러한 보도들의 기사 이면에는 한결같이 '게임을 하는 것=나쁜 짓'이라는 생각을 깔고 있다. 근데 기자들이 이러한 기사를 쓸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멀리 볼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나라 대부분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은 부모들의 통제 대상이다. 최근 개정되는 게임법에 여성가족부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해당 부서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근데 나 자신도 어려서부터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랐고, 내 주변에는 그러한 사람이 매우 많지만 '컴퓨터 게임' 자체가 '인생을 망치는 악'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스트레스 배출구가 없는 도시에서 컴퓨터게임만큼 저렴하고 쉬운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다. 요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성인 못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문제의 포인트는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아이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그 부문에서 적절한 조치를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는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할 절대 시간 자체가 적거나 아니면 있더라도 '네가 알아서 풀어'라는 식이니. 그와 같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손쉬운 탈출구로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게임이 아이의 폭력성, 아니 그 어떤 범죄에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예전에 어느 공청회에서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정부 부처 쪽 사람이 "게임을 오래하고 많이 하면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처럼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얘기를 하길래, 게임 업체에서 "그런 의학적, 과학적으로 엄청난 발견이 왜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응수한 적 있다. 현재 학부모 단체들, 그리고 여기에 영향 받은 정부 부처에 관계자들이 모두 이처럼 아무런 객관적 자료 없이 '카더라 통신'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 (참고글 : [기자석] '게임'을 비난하려면 객관성부터 갖춰라. )
반대로 게임이 오히려 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그런 생각들이 단지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주는 연구 논문과 자료들은 매우 많다. 아래는 그 중에 대표적인 Grand Theft Childhood이다.
Grand Theft Childhood
http://www.grandtheftchildhood.com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목만 봐도 알아챘겠지만 이는 폭력게임의 대명사인 GTA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본 사이트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정신위생과 미디어 전문의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의 연구 결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는 미 정부의 요청으로 15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서 1254명의 아이들을 다년간 조사한 결과이다. 결론은 '아무 관계 없음(no link between violent video games and headline-grabbing crimes)'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다. 또한 누군가 지금 이 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게임이 부정적이지 않다'라고 얘기하려고 치면 바로 반박이 날라온다. 이는 게임같은 유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 인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애초에 게임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아이의 경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고, 성인이라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들이 택하는 손쉬운 회피 방법이 '게임'이기에 그 책임을 게임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애초에 자제력을 갖지 못한 그 개인이다.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게임이 없다고 해서, 또는 게임을 못하게 규제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대체 수단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청소년의 경우, 그 대체 수단은 대부분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위험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보통 청소년 시기에는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데, 오프라인에서 금지된 대부분의 유희들은 법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못하게 되었다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경우, 게임 다음으로 쉽게 찾는 대체제가 술, 담배인데 다들 알다시피 알코올 중독과 오랜 흡연은 게임 중독 보다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자제력이 없는 이에게는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소프트한 대체제를 제공하는게 좋은 방법이고, 사실 게임은 이러한 대체제로서 이미 훌륭한 수단이다. 그러나 굳이 게임을 못하게 하겠다면 최소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어져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접근은 '게임'이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매스미디어가 보도하는 범죄의 원인은 모두 그 사람에게 있다. 술이나 기타 약물은 사람의 뇌에 영향을 주어 자제력을 상실하게 함으로 범죄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만 게임을 비롯하여 영화, 만화 등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는 어디까지나 간접체험의 도구일뿐. 그 내용을 현실에서 실현할 지 여부는 본인의 의사이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들이 범죄를 학습 시켜 줄 수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생활에서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학습 효과 면에서 보면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중에서 게임만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오히려 공중파를 통해 정기적으로 반영되는 TV드라마가 더 강렬하고 무차별적으로 전파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력이 수준 이하라서 자신이 본 범죄행위를 그대로 현실에 옮기는 잠재적인 모방범죄자들이라면 게임을 규제하기에 앞서 당장 TV드라마의 범죄 장면부터 없애야 한다.
또한 '중독'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게임 중독의 모습은 여타 다른 유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아는 분 중에 한 때 '낚시 중독'에 빠진 분이 있는데, 그 분은 퇴근만 하면 차를 몰고 낚시하러 갔다. 주말도 물론이고. 그것 때문에 심각한 가정 불화를 겪고 나중에는 스스로 그 취미를 정리하셨다. 게임중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강가에 오래 앉아 있는 대신 PC앞에 오래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가정주부들은 낚시에도 셧다운제를 도입하여 출입을 막을 것인가?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처음부터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는다. 보통은 타인과 소통을 이루지 못하면서 다른 대상을 탐하다가 차츰 거기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지 그의 취미를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못하게 하면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다들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잘 알지 않는가?
게임법 개정안의 문제
근데 왜 잠잠하던 게임을 비난하던 보도가 최근 여기 저기 나오는 것일까? 알고보니 게임법 개정이라는 이슈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게임법 개정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오히려 작년에 되었어야 할 일이 해결되지 않고 질질끌려 올 해까지 온 것인데,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개정되는 내용도 문제이다.
문제의 핵심은 아래 천정배 의원님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게임법 2월 국회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freshairda님 질문에 대한 답변
http://jb21.tistory.com/3118
앞서 얘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우리 나라 정부의 게임 관련 법안은 규제 중심이었다. 애초에 규제 대상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러한 규제도 각 기관별로 중복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또한 시대는 매우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법은 옛날 그대로라는 점이 문제다. 안철수 박사님은 국내 IT업계를 바라보며 '잃어버린 3년'을 얘기한 적이 있다. (참고글 : Bloter.net : 안철수, “소셜과 모바일 열풍 3년동안 우리는 뭘했나” ) 이는 게임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변화, 또 게임업계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SNG에 대해서 관련 법안은 전무하다. 오히려 이 정부들어 관련부서는 없어지거나(정통부 폐지), 다른 기관에 흡수 되면서(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흡수) 이전에 해왔던 일들 조차 제대로 인계가 안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애플과 구글은 자사의 App 마켓에서 우리 나라의 경우, 오픈마켓에 대한 관련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사전심의제도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 카데고리를 오픈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편법으로 다른 카데고리에 올리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로는 스마트폰 게임 서비스를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TV, 인터렉티브TV의 개념이 나오면서 이제는 TV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게임을 팔 수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TV에 공급되는 콘텐츠는 방통위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시에 이것은 게임이므로 게임위의 심사도 받아야 한다. 근데 막상 두 기관의 심위를 모두 받아서 게임화면에 등급을 표시하면 위법이 된다. (방통위는 얼마 전 두 개 이상의 등급 심위를 표기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 최소한 둘 중에 하나만 심사를 받아도 되도록 정부에서 문제를 정리해주어야 하는데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법은 이를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
지금은 어떠한 규제이든 간에 전혀 실효성을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개정되는 법안에 나오는 '셧다운제'가 적용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은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는 아이들 뿐이다.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를 가지고 밤새 노는 아이들은 막을 방법은 없다. (설사 그들이 성인용 콘텐츠를 용산에서 구매해 와 가지고 한다 해도) 오히려 이 셧다운제는 대부분의 건전한 SNG들의 성장을 가로 막아,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글로벌하게 단일 시장으로 가고 있는 네트워크 게임 마켓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그냥 한국에서는 게임 마켓을 오픈하지 않는 쪽으로 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의 손해이다.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올바른 접근
앞서 얘기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게임 산업은 그 규모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영향력 면에서도 더 이상 서브컬쳐로 보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이제 게임의 순기능을 보자라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얘기이다. 만약 누군가 영화의 순기능을 운운한다면 좀 웃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순기능을 할지, 악기능을 할 지는 전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의 몫인 것 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영화 산업 처럼 정부에서 지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대접을 받기 까지는 많은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듯이, 아마 앞으로도 많은 게임인들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앞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잘못된 편견에 기반한 무식한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일부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가 있다 해서 영화관에 '셧다운제'를 도입한다거나 모든 영화에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지는 않지 않는가? 게임이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간에 문화 콘텐츠 산업에 그런 무식한 짓을 자행하는 것만은 그만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누가 범죄를 저질렀거든, 그 사람이 무슨 게임을 했는지 살펴보지 말고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지 그 사람 주변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매스컴도 그런 것을 보도해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좀 더 따뜻한 관심을 받게 하는게 낫지 않겠나. 괜히 그런 일 터질 때마다 엄한 게임 업체만 마녀사냥 당하게 하지 말고.
'PC방 실험'을 한 기자의 발언
http://deulpul.egloos.com/3575871#3575871_1
근데 정말 게임은 안 좋은 것일까?
게임의 문제성을 지적한 보도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일단 결론을 내고 그 뒤에 부연 설명을 붙인다는 점이다. 그러한 보도들의 기사 이면에는 한결같이 '게임을 하는 것=나쁜 짓'이라는 생각을 깔고 있다. 근데 기자들이 이러한 기사를 쓸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멀리 볼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나라 대부분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은 부모들의 통제 대상이다. 최근 개정되는 게임법에 여성가족부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해당 부서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근데 나 자신도 어려서부터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랐고, 내 주변에는 그러한 사람이 매우 많지만 '컴퓨터 게임' 자체가 '인생을 망치는 악'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스트레스 배출구가 없는 도시에서 컴퓨터게임만큼 저렴하고 쉬운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다. 요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성인 못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문제의 포인트는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아이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그 부문에서 적절한 조치를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는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할 절대 시간 자체가 적거나 아니면 있더라도 '네가 알아서 풀어'라는 식이니. 그와 같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손쉬운 탈출구로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게임이 아이의 폭력성, 아니 그 어떤 범죄에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예전에 어느 공청회에서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정부 부처 쪽 사람이 "게임을 오래하고 많이 하면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처럼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얘기를 하길래, 게임 업체에서 "그런 의학적, 과학적으로 엄청난 발견이 왜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응수한 적 있다. 현재 학부모 단체들, 그리고 여기에 영향 받은 정부 부처에 관계자들이 모두 이처럼 아무런 객관적 자료 없이 '카더라 통신'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 (참고글 : [기자석] '게임'을 비난하려면 객관성부터 갖춰라. )
반대로 게임이 오히려 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그런 생각들이 단지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주는 연구 논문과 자료들은 매우 많다. 아래는 그 중에 대표적인 Grand Theft Childhood이다.
Grand Theft Childhood
http://www.grandtheftchildhood.com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목만 봐도 알아챘겠지만 이는 폭력게임의 대명사인 GTA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본 사이트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정신위생과 미디어 전문의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의 연구 결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는 미 정부의 요청으로 15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서 1254명의 아이들을 다년간 조사한 결과이다. 결론은 '아무 관계 없음(no link between violent video games and headline-grabbing crimes)'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다. 또한 누군가 지금 이 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게임이 부정적이지 않다'라고 얘기하려고 치면 바로 반박이 날라온다. 이는 게임같은 유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 인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애초에 게임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아이의 경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고, 성인이라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들이 택하는 손쉬운 회피 방법이 '게임'이기에 그 책임을 게임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애초에 자제력을 갖지 못한 그 개인이다.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게임이 없다고 해서, 또는 게임을 못하게 규제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대체 수단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청소년의 경우, 그 대체 수단은 대부분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위험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보통 청소년 시기에는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데, 오프라인에서 금지된 대부분의 유희들은 법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못하게 되었다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경우, 게임 다음으로 쉽게 찾는 대체제가 술, 담배인데 다들 알다시피 알코올 중독과 오랜 흡연은 게임 중독 보다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자제력이 없는 이에게는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소프트한 대체제를 제공하는게 좋은 방법이고, 사실 게임은 이러한 대체제로서 이미 훌륭한 수단이다. 그러나 굳이 게임을 못하게 하겠다면 최소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어져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접근은 '게임'이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매스미디어가 보도하는 범죄의 원인은 모두 그 사람에게 있다. 술이나 기타 약물은 사람의 뇌에 영향을 주어 자제력을 상실하게 함으로 범죄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만 게임을 비롯하여 영화, 만화 등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는 어디까지나 간접체험의 도구일뿐. 그 내용을 현실에서 실현할 지 여부는 본인의 의사이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들이 범죄를 학습 시켜 줄 수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생활에서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학습 효과 면에서 보면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중에서 게임만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오히려 공중파를 통해 정기적으로 반영되는 TV드라마가 더 강렬하고 무차별적으로 전파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력이 수준 이하라서 자신이 본 범죄행위를 그대로 현실에 옮기는 잠재적인 모방범죄자들이라면 게임을 규제하기에 앞서 당장 TV드라마의 범죄 장면부터 없애야 한다.
또한 '중독'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게임 중독의 모습은 여타 다른 유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아는 분 중에 한 때 '낚시 중독'에 빠진 분이 있는데, 그 분은 퇴근만 하면 차를 몰고 낚시하러 갔다. 주말도 물론이고. 그것 때문에 심각한 가정 불화를 겪고 나중에는 스스로 그 취미를 정리하셨다. 게임중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강가에 오래 앉아 있는 대신 PC앞에 오래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가정주부들은 낚시에도 셧다운제를 도입하여 출입을 막을 것인가?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처음부터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는다. 보통은 타인과 소통을 이루지 못하면서 다른 대상을 탐하다가 차츰 거기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지 그의 취미를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못하게 하면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다들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잘 알지 않는가?
게임법 개정안의 문제
근데 왜 잠잠하던 게임을 비난하던 보도가 최근 여기 저기 나오는 것일까? 알고보니 게임법 개정이라는 이슈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게임법 개정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오히려 작년에 되었어야 할 일이 해결되지 않고 질질끌려 올 해까지 온 것인데,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개정되는 내용도 문제이다.
문제의 핵심은 아래 천정배 의원님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게임법 2월 국회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freshairda님 질문에 대한 답변
http://jb21.tistory.com/3118
앞서 얘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우리 나라 정부의 게임 관련 법안은 규제 중심이었다. 애초에 규제 대상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러한 규제도 각 기관별로 중복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또한 시대는 매우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법은 옛날 그대로라는 점이 문제다. 안철수 박사님은 국내 IT업계를 바라보며 '잃어버린 3년'을 얘기한 적이 있다. (참고글 : Bloter.net : 안철수, “소셜과 모바일 열풍 3년동안 우리는 뭘했나” ) 이는 게임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변화, 또 게임업계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SNG에 대해서 관련 법안은 전무하다. 오히려 이 정부들어 관련부서는 없어지거나(정통부 폐지), 다른 기관에 흡수 되면서(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흡수) 이전에 해왔던 일들 조차 제대로 인계가 안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애플과 구글은 자사의 App 마켓에서 우리 나라의 경우, 오픈마켓에 대한 관련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사전심의제도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 카데고리를 오픈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편법으로 다른 카데고리에 올리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로는 스마트폰 게임 서비스를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TV, 인터렉티브TV의 개념이 나오면서 이제는 TV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게임을 팔 수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TV에 공급되는 콘텐츠는 방통위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시에 이것은 게임이므로 게임위의 심사도 받아야 한다. 근데 막상 두 기관의 심위를 모두 받아서 게임화면에 등급을 표시하면 위법이 된다. (방통위는 얼마 전 두 개 이상의 등급 심위를 표기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 최소한 둘 중에 하나만 심사를 받아도 되도록 정부에서 문제를 정리해주어야 하는데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법은 이를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
지금은 어떠한 규제이든 간에 전혀 실효성을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개정되는 법안에 나오는 '셧다운제'가 적용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은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는 아이들 뿐이다.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를 가지고 밤새 노는 아이들은 막을 방법은 없다. (설사 그들이 성인용 콘텐츠를 용산에서 구매해 와 가지고 한다 해도) 오히려 이 셧다운제는 대부분의 건전한 SNG들의 성장을 가로 막아,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글로벌하게 단일 시장으로 가고 있는 네트워크 게임 마켓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그냥 한국에서는 게임 마켓을 오픈하지 않는 쪽으로 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의 손해이다.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올바른 접근
앞서 얘기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게임 산업은 그 규모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영향력 면에서도 더 이상 서브컬쳐로 보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이제 게임의 순기능을 보자라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얘기이다. 만약 누군가 영화의 순기능을 운운한다면 좀 웃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순기능을 할지, 악기능을 할 지는 전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의 몫인 것 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영화 산업 처럼 정부에서 지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대접을 받기 까지는 많은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듯이, 아마 앞으로도 많은 게임인들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앞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잘못된 편견에 기반한 무식한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일부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가 있다 해서 영화관에 '셧다운제'를 도입한다거나 모든 영화에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지는 않지 않는가? 게임이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간에 문화 콘텐츠 산업에 그런 무식한 짓을 자행하는 것만은 그만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누가 범죄를 저질렀거든, 그 사람이 무슨 게임을 했는지 살펴보지 말고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지 그 사람 주변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매스컴도 그런 것을 보도해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좀 더 따뜻한 관심을 받게 하는게 낫지 않겠나. 괜히 그런 일 터질 때마다 엄한 게임 업체만 마녀사냥 당하게 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