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영화 스토리 중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 중에 스토리를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영화 아바타가 인기이다. 개봉 42일만에 총 흥행 수입 18억 5,890만 달러. 아바타는 세계 최고 흥행 영화 1위에 올랐다. (종전 1위는 타이타닉으로 18억 4,320만 달러) 더군다나 아직 상영이 종료된 것이 아니다. 기록은 계속 갱신되고 있다. 타이타닉이 41주간 롱런하면서 세운 기록을 단 6주만에 갈아치웠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다.
이러한 흥행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당연히 엔터테인먼트이니만큼 '재미'이다. 무엇보다 아바타는 재미있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 '아바타'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재미만은 아니다.
아바타는 영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육체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영화의 주 소재이자, 주제를 전달하는 핵심 축이다. 사실 이 개념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다. 지금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이미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키워본 경험이 다들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을 무리없이 받아들이지만, 솔직히 한 10년 전에만 이 영화가 상영되었어도 단지 이 개념만으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SF 매니아들 사이에 충분한 논쟁거리를 낳았을 것이다.
아바타는 본래 힌두교에서 하늘의 신들이 지상에 뜻을 펼치기 위해 신이나 동물의 형상으로 나타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즉 '화신(化身)'을 말한다. '바가바드기타'는 아바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가 넘칠 때, 나는 화신을 보낸다. 나는 선을 보호하고 악을 물리쳐 정의를 세우기 위해 언제나 나타난다."
- 바가바드기타 中
- 바가바드기타 中
이 때, 위 말을 전하는 크리슈나는 그래서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모두가 바로 무언가의 '아바타'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아바타'가 주 소재라는 것 자체가 신인합일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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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바타라는 용어를 접한 것은 90년대 말 다니던 회사에서였다.
당시 우리 회사는 캐쥬얼게임을 만들고 있었는데,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모 팀장님이 열변을 토하면서 말씀하신게 '아바타'의 개념이었다.
인도의 역사와 철학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었던 그 팀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참 재밌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바타에 대한 개념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시공의 제약을 상쇄시켜버린다. 인도의 신들이 아바타를 통해 영생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를 옮겨 다니면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체험을 해 나간다. 그리고 이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영화에서는 DNA를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기 때문에 그 선택이 용이하지 않지만, 일단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것처럼 주체와 객체 사이에 통신하는데 있어 공간 상에 제약이 없다면-원리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아바타와 조종 시스템이 무선 통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시공의 제약을 넘어 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미국에 아바타 하나를 구매해놓고, 집에 들어가서 미국 아바타에 접속하면 나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미국에서의 삶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건 얼핏 당연한 개념 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개념 속에는 매우 엄청난 자각이 깔려있다. 그건 바로 '육체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종교적으로만 인식되던 영혼과 육체의 분리. 그리고 나의 실체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과학적 사실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은 인간의 육체에서 나비족 모양 아바타의 육체로 이동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면을 이해못하는 관객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이미 사람들은 이러한 자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이는 단학 책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의 육체가 영원할 것처럼. 또한 육체가 가져다주는 자극과 반응, 감정들에 끌려 다니며 살고 있는가? 영화 아바타는 그것들이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아바타가 보내주는 신호일 뿐이며, 그 아바타는 언제이고 우리의 의지에 따라 교체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이 개념을 보다 일찍 영화에서 보여준 것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이다. 그 영화에서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육체를 자유로이 변경 가능하고, 뇌에 있는 정보 또한 자유롭게 변경 가능할 때, 무엇으로 인간과 사이보그를 구분할 것인가? 그리고 영화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Ghost를 제시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혼'이다.
중요한 것은 껍질(=육체)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Ghost(=혼)라는 것. 영화 공각기동대의 영어 제목이 Ghost in the Shell로 지어진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바타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바타라는 것이 혼의 의지를 반영하는 유기체라고 보았을 때, 핵심은 혼이다. 결국 아바타는 혼의 의지를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다.
인식이 여기까지 이르렀다면 당연히 아래의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내 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혼이 즐거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감(交感)이다. 혼은 혼과 혼이 서로 교감할 때 희열을 느낀다. 사람들은 아직 이 혼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기 때문에 마음이나 감정, 정서 등의 다른 용어로 대체하여 표현을 하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상대와의 소통이며, 이 때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소통은 혼과 혼의 만남이다.
혼의 기쁨은, 결과적으로 혼의 성장을 일으킨다. 우리는 이렇게 점점 더 큰 기쁨을 추구하면서 혼을 점점 키우게 된다.
영화 아바타는, 이 내용을 나비족과 인간의 대립구도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나비족은 혼의 기쁨을 알고 있는 종족이고, 영화에서의 인간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처럼 일상에 함몰되서 이를 놓치고 있는 이들이다. 극중에서 나비족 여주인공은 주인공에게 우선 교감하기 쉬운 동식물부터 시작해서 교감하는 능력을 트레이닝 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혼은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혼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놀랍게도 영화 아바타는 이 개념까지 전하고 있다. 그것은 궁극의 온전한 존재. 모든 정보의 합. 바로 신성과의 만남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에이와'라고 부른다.
에이와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판도라 행성의 모든 생명체에는 죽음이 없다. 단지 에이와에게 돌아갈 뿐이다. 에이와는 정보의 합이며, 동시에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영화에서 에이와는 거대한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외형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듯이 에이와는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 사실 핵심은 그 네트워크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신성'의 개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신성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우리는 뇌를 통해 신성에 접속할 수 있는데, 이 때, 우리는 무한한 우주의 정보를 갖다가 쓸 수 있다.
혼의 완성은 바로 우리의 혼이 이 신성과 하나가 되는 데에 있다.
영화 아바타는 주인공이 타고난 육체에서 벗어나 에이와와 하나가 된 뒤, 에이와를 통해 나비족의 육체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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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종료하자, 나의 의식은 다시 미약한 육체로 돌아왔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 아바타와의 접속을 끝고 불구의 육체로 돌아왔을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 안의 큰 질문을 남겼다.
"나는 내 아바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지금의 아바타를 잘 사용하여, 신인합일을 이루고 진정 혼이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아바타가 주는 자극에 끌려 살다가 아바타의 기능이 정지함과 동시에 다시 근원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매 순간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달려 있었다.
I see you.
주인공 제이크가 처음 저 문장을 외면을 보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가, 혼이 성장한 후에는 외면 속에 있는 내면을 보고 교감하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처럼.
현상 이면의 것을 보느냐, 아니면 드러난 현상 만을 보느냐에 따라 나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신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Poseted by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