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연기와 관련하여 절차상의 문제는 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전작권은 두 가지 문제가 결합되어 있다. 하나는 한-미 외교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안보이다. 대내, 대외 어느 쪽으로 봐도 중요한 사안이 다양한 의견 수렴이나 충분한 협의 없이, 심지어 마땅히 있어야 했을 국회 보고조차 없이 진행한 것은 거의 독재자 수준의 행위이다.

 전작권 환수 연기와 관련하여 내용 상의 문제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차원에서 모두 마이너스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처럼 미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길 원하는 입장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전작권을 이제는 한국이 가져가라 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미국에게 주한미군은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 규모를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철수하여 한국에게 모든 것을 넘기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 이는 어느 한 정부에서 계획된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역대 정부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된 국가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계속 이를 추진할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했다기보다는 자주국방을 하고 싶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당연히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도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고 싶어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원하지 않는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당연히 우리 또한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언론에서는 그 댓가로 한미FTA 협정 내용을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정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외교적으로 아무 것도 내줄 필요가 없는데 공연한 손해를 국가에 끼친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손실이다. 전시에 우리 군대가 미국의 지휘를 받는 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주 극단적으로 적이 침공을 해도 그 적과 싸우는게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대는 총 한 방 못쏘고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북한 처럼 우리의 동포가 항복을 하고 달려와도 미국이 공격 명령을 내리면 쏘아야 할 수도 있다. 정말 아주 좆같은 일이 전시에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은 쉽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이 결코 우리 나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다. 애초에 작전권 환수 얘기가 나왔던 것도 박정희 대통령 때, 미국이 말만 동맹국이었지, 사실상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오히려 한국군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번 전작권 환수 연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미국이 원했던 것은 아니고. 우리 나라에서도 이걸로 이득 보는 사람은 없을 듯 하고. 굳이 생각해보자면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자위하기에 이게 자신의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 같은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한 가지 언론의 보도를 바로 잡자면, 일부 언론이 얘기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자주국방을 하고 싶다는 심정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다. 6.25 때 작전권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에 넘긴 이후,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가 미국에 종속됨으로 인해 매우 많은 불이익을 당해왔다. 무엇보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실제로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역대 대통령들었을 것이다. 말이 한국의 대통령이지, 자기 나라 군대를 통제 못하는 대통령이었으니 말이다. 군사적으로는 사실상 미국의 지배를 받는 입장이었다. 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처음 추진되기 시작하여 김영산 전 대통령 때 드디어 평작권(평시 작전권)이 환수되고, 2008년에는 전작권(전시 작전권)도 환수 받기로 했던 것이 자꾸 연기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무조건 현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기에 바쁜 조,중,동은 이것 또한 진보vs보수의 이분법으로 보고 싶어하는데 조금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모두 전작권 환수에 열을 올렸던 분들인데, 이들이 진보는 아니지 않나?

 그냥 이번 일은 현 정부가 또 하나의 외교적 실책을 범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을 것 같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전작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먼저 큰소리 친 다음, 오히려 미국에 요구할 것이다. 네들이 원하는 데로 전작권을 우리가 지금 가져가면 그만큼 우리 부담이 커지는데, 대신 미국은 그 댓가로 무엇을 줄 것이냐? 하고. 그러면 자주국방 + 외교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 텐데. 여기에 양념으로 전작권 환수 반대 시위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보도까지 곁들여서 여론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를 추진해주는 댓가로 나에게 뭘 해줄꺼냐고 하면 개인적인 이익까지 얻으실 수 있었을텐데. *.*

 이번 일로 오바마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미국이 더 이상 대한민국을 지켜주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매달리는 꼴이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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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7 23:31 2010/07/1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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